과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욕망은 점점 더 쉽고 간편하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과학이 발전하는 한, 인류는 점점 더 많은 욕망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충족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욕망이 완전히 충족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극복한 영원한 세계에서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모든 가능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최후에 남는 인류의 욕망은 무엇일까. 소설은 독자를 위해 준비된 거대한 블록버스터와 같다.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핍진한 세계를 구현한다. 소설의 한 축에는 유빙으로 둘러싸인 세계가 있다. 찾으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도망치려는 자와 기다리는 자가 모여 그야말로 ‘복마전’을 이룬다. 촘촘하게 구현된 인물들 각자의 욕망이 겨울바람처럼 매섭다. 또 다른 한 축에는 욕망을 먹고 사는 기술자, ‘해상’이 있다. 타인의 욕망을 구현해내는 스토리텔러이자 프로그래밍 기술자인 해상은 자신에게 들어온 하나의 기이한 의뢰를 따라 ‘경주’를 만난다. 그들이 만나는 곳은 ‘롤라’. 롤라의 세계는 빛나는 가상들이 만나 현실을 이루는, 가히 벤야민적 아케이드이다. 미래 인류의 가상 극장을 연상시키는 롤라에서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게 되는가. 인간의 욕망이 교합하고 충돌할 때, 우리에게 남는 최후의 욕망은 무엇일까? 소설은 꽉 닫힌 아케이드의 한쪽 문을 열어 독자를 빠져나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