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마치의 60세 생일날 아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생일은 3월이고, 그 이유로 평생을 ‘마치(March)’라는 독특한 이름과 함께 살아왔다. 그런데 예순번째 생일은 평소보다 더 이질적이다. 배우로서 엄격히 관리해온 체중이 하룻밤 사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마치의 일상에 감지되는 이상 신호는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몇 달 전 이사를 한 후로 기묘한 일들을 겪는 중이다. 갑작스럽게 기억력이 감퇴해 연기 경력에 차질이 생기더니, 혼자 사는 집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급기야 집안을 배회하는 유령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쏠린 지금, 정한아가 8년 만의 신작 장편 『3월의 마치』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지만 불가능한 방법을 실행에 옮긴다. 바로 과거의 나와 직접 대면하는 것. 이를 위해 정한아는 성공한 노년의 여성 배우 ‘이마치’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삶이라는 바다에서 무수한 파도를 넘으며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한 그녀는 세월이 남긴 깊고 묵직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마치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마지막 파도로 들이닥치고, 그녀는 과거의 시공간을 복원한 가상현실을 누비며 유실된 기억을 되찾고자 한다. 과연 이마치는 수많은 예전의 자신과 재회하며 삶의 강렬했던 순간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자연의 섭리처럼 밀려오는 상실과 망각의 물결을 막아내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간직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피엔딩일까. 『3월의 마치』는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가상의 무대 위로 우리를 초대한 뒤,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갖가지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도록 유도한다.